김병호 개인전 <번역된 일상성>> 전시정보

시각예술

김병호 개인전 <번역된 일상성>

#김병호 #번역된 일상성 #KT&G 상상마당 #춘천 #갤러리

종료

장소: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 1

기간: 2021-11-05~2021-11-21 (입장마감 17:30)

시간: 11: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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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p;김병호- 까만 그림자, 어두운 실루엣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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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미지는 빛으로 부터 파생한다. 빛에 의존하는 이미지/그림인 셈이다. 서구미술사의 기원에 의하면 미술/그림은 벽에 드리워진 사람의 그림자 윤곽을 실루엣 형태로 잡아두기 위해 사람의 그림자를 처음 따라 그렸을 때 탄생된 것이기 때문에 그림자의 존재는 미술 그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빛이 사물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림자도 만들어낸다. 그러니 빛은 그림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고 있고 발생시키는 근원이고 모태다. 그렇게 본다며 빛과 그림, 그림자의 위계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우선한다고 보기 보다는 상호의존적인 관계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빛이 있어서 대상이 드러나지만, 그림과 이미지가 출현하지만 동시에 그림자 없이는 앞에서 거론한 것들도 사실은 부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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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병호의 작업은 검은 그림자를 닮은, 실루엣을 연상시키는 흔적이 모종의 이미지를 암시한다. 그것은 명확한 형태를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저 검정 물질들이 흩어지거나 산개하는 듯한 형국을 연출한다. 문득 얼굴, 새, 식물의 형상을 조합하다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그림자만으로 이루어진 그림, 실루엣으로 특정 이미지를 암시하고 추측하고 연상시키는 그림/작업인 셈이다. 어쩌면 눈으로 확인 가능한 명료한 가시성의 세계를 대신해서 그림자, 실루엣이라는 다소 부차적이고 타자적인 존재를 통해 작업을 이루어나가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세부적인 표현과 인지할 수 있는 디테일을 죄다 지운 상태에서 덩어리만, 그저 검은 상태만을 안겨주는데 그것이 오히려 표면에 사로잡히는 우리의 시선을 해방시키고 보다 자유로운 몽상과 상상을 허용하고 자발적인 발상을 펼쳐내도록 유인한다. 인간의 얼굴에서 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고 새가 앉아있는가 하면 온갖 것들이 서로 혼조, 합성되어 피어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다분히 생태적이고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지워나가는 발상을 유추 하게 하는 그림이다.

여기서 이 그림자, 실루엣은 모종의 매개물로 자리한다. 징검다리처럼 자리하고 있어서 어디론가 딛고 나가게 해준다. 아마도 인간과 자연이란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그것이 지닌 신비스러운 아름다움과 매혹에 대한 소회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최근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한다. &ldquo;최근 작업은 일상적인 주변의 자연대상물들, 기물들을 예술적으로 번역하는 일에 집중...나는 자연대상물에서 신묘막측 神妙莫則함을 느낀다. 나는 이것을 하나님의 신적 창조성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에게 조형의 아름다움과 무한한 상상의 길을 열어준다.&rdquo; 이 같은 작가 노트는 작크 제르네(Jacques Gernet)가 말한 &rdquo;이 시대의 가장 까다로운 화가들의 본질은 신비론자의 그것과 같은 직관으로 사물의 영혼을 포착하고 풍경에 정신적인 깊이를 부여할 줄 아는 것이다.&ldquo;라는 언급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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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림자, 실루엣이 그림을 전적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것은 빛에 의해 드리워진 그림자, 혹은 조명에 의해 불가피하게 생겨난 실루엣을 전면에 세워 그것으로 그림과 대상, 사물과 실제를 대리하는, 이른바 존재론적 위상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그로인해 상대적으로 흰 바탕, 여백이 이 작업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소로 작동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업은 프린트이지만 동시에 수묵화의 느낌 또한 상당히 강하게 전해준다. 더구나 스프레이를 활용해서 뿌린 흔적과 단속적으로 짧게 쳐나간 선들, 아울러 콜라주한 식물의 줄기와 잎사귀, 잎맥이 스스로 지닌 그 자연스레 형성한 놀라운 선묘의 맛은 마치 동양화의 준법이나 필선의 지극한 경지를 경험하게 해주는 맛을 거느리고 있다. 결국 이 작업은 작가가 직접 자연물을 채집, 콜라주하는 데서 불가피하게 연유하는 것도 있겠지만 자연 자체에서 이루어진 매혹적인,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그 신비로움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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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림자는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실은 부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자연스레 존재와의 이분법적 대립쌍을 형성한다. 이른바 존재와 유사존재, 존재와 비존재, 참과 거짓, 실제와 귀신, 진짜와 허상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해석의 양상을 보여 왔다. 흥미롭게도 우리 조상들은 그림자의 유무로 사람과 귀신의 존재 여부를 구분하고자 했다.

하여간 작가가 다루는 실루엣은 최소한의 표현어법이기도 하다. 이것은 사물의 피부를 망실한 표면이자 구체성을 탈각한 지표이고 무명의 공간이고 어두운 심연의 표층 같다. 우물에 비친 흔들리는 얼굴이거나 수면에 일렁이는 나뭇잎의 자취나 흐르는 구름의 이동과도 같은 여운을 동반하는 이미지인 듯도 하다. 이 새까만 그림은 실은 피그먼트 프린트/사진이다. 그림과 콜라주, 포토샵, 그리고 사진과 프린트가 합성된, 복합적인 기법으로 이루어진 작업이다. 결과적으로는 납작한 평면의 사진작업이지만 실은 확장된 프린트, 여러 기법으로 혼용해서 이룬 드로잉/회화의 확장된 예에 속한다. 그려진 그림에 끼어드는 채집된 사물의 우연적인 개입(콜라주)과 배열, 그리고 그로인한 거의 초현실적이고 몽상적인 이야기의 전개, 수묵화와 흑백사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그 사이가 맞물리는 묘한 지점, 인간과 자연의 불가분의 관계를 암시하는 주제 의식 등을 두루 포용하는 작업이란 점이 무척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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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p;전시정보

-&nbsp;전시 제목&nbsp;: 김병호 개인전 &lt;번역된 일상성&gt; 
-&nbsp;참여 작가&nbsp;: 김병호 
-&nbsp;전시 기간&nbsp;: 2021년 11월 5일(금)&nbsp;&ndash;&nbsp;11월 21일(일) 
-&nbsp;전시 장소&nbsp;: KT&amp;G&nbsp;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nbsp;1 
-&nbsp;관람 시간&nbsp;: 11:00 - 18:00 (입장마감&nbsp;17:30) 
-&nbsp;전시 관람료&nbsp;:&nbsp;무료 
-&nbsp;관람 문의&nbsp;: 070-7586-0550